
한희준 대전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직무대리
문화예술은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그러나 좋은 정책과 사업도 안정적인 재정 기반 없이는 지속하기 어렵다. 특히 지방재정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대전시의 문화예술 관련 재원 역시 한정된 상황에서, 대전문화재단이 지방비에만 의존하는 기존 재정 구조는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 중앙정부의 문화재정 흐름도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2026년 정부 총지출은 728조 원,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별도 지원 예산)는 22조 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8조 2000억 원 확대됐다. 그러나 균특회계에서 문화·관광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8.8%에서 2026년 2.3%로 감소했고, 문화예술 부문 역시 2.6%에서 0.9%로 축소됐다. 전체 재정 규모가 확대돼도 문화예술 분야의 재원이 함께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제 대전문화재단은 ‘주어진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발굴하고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전문화재단은 올해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번 계획은 단순히 향후 사업과 조직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변화하는 문화재정 환경에 대응해 재정 구조를 어떻게 다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문화정책을 지속할 것인지까지 담아야 한다. 특히 외부 재원 확보를 중장기 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국비와 공모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기업의 사회공헌과 문화예술 후원을 연결하며, 민간기부와 고향사랑기부제 등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문화진흥기금을 지역의 문화예술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장기적 재정 기반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에 기업 후원과 민간기부 등을 결합해 재원을 다변화한다면 일회성 사업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투자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충청광역연합을 계기로 충청권 광역문화재단 간 협력도 새로운 재원 확보의 전략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대전·세종·충북·충남이 공동의 문화사업을 발굴하고 국비 공모에 함께 대응한다면, 개별 지역의 한계를 넘어 보다 큰 규모의 사업과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재원 확보를 단순히 ‘공모사업을 잘 따오는 것’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중장기 발전계획의 결과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 구조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기존의 사업 중심 조직에서 벗어나 정책기획과 재원 발굴, 민간협력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전담할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비 공모사업, 기업후원, 민간협력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성과까지 관리할 수 있는 실행체계를 갖춰야 한다.
결국 올해 수립하는 중장기 발전계획은 ‘무엇을 할 것인가’뿐 아니라 ‘어떤 재원으로, 어떤 조직을 통해,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까지 제시해야 한다.
지방비가 줄어드는 시대에 문화재단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예산을 확보했느냐보다 얼마나 다양한 자원을 발굴하고 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연결해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대전문화재단은 예산을 기다리는 기관에서 재원을 발굴하고 연결하며 새로운 문화정책을 만들어가는 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 재정의 위기를 조직과 정책 혁신의 기회로 전환할 때, 대전 문화예술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도 마련될 것이다. 한희준 대전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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