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벤처투자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에 ‘지역전용 리그’를 신설하면서다. 지역 거점 기업과 거래하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신규 투자가 이뤄진 사례도 늘어났다.
◇기지개 켜는 지역 벤처투자
16일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비(非) 서울’ 스타트업 72곳이 투자 유치(M&A 제외)에 성공했다. 이들이 받은 투자금은 약 3500억원이다. 이 가운데 6곳은 각각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받았다. 같은 기간 서울에선 67개 기업이 약 5900억원을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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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은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2022년 73.2%였던 수도권 투자 비중은 2024년 70%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해 말에는 47.9%까지 낮아졌다. 이는 지방 투자 기반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지방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정책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민성장펀드에 지역전용리그를 신설했다. 앞으로 5년간 매년 2000억원씩 총 1조원이 투입된다. 운용사(GP)로 지정된 금융회사는 SBI인베스트먼트와 KB증권·에코프로파트너스다. 정부는 운용사를 추가로 선정하고, 투자 규모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방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방 거점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충청남도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다. 아산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다. 서산에는 석유화학 단지가 들어서 있다. 이런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제조 인공지능(AI)과 산업용 로봇, 자원순환 분야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다. 리코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충남 예산에 본사를 둔 리코는 폐기물 자원순환 플랫폼을 운영한다. 해외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면서 최소 1500억원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천안의 고산테크도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기술을 앞세워 최근 투자를 유치했다.
대전은 연구개발(R&D) 중심 창업이 활발하다. KAIST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창업 생태계를 뒷받침한다. AI와 우주항공, 바이오, 반도체 기업 비중이 높다. 코스닥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한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이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우주항공 스타트업 중 하나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도 대전이 기반이다. 경상북도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소재와 철강 분야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다. 그래핀스퀘어와 에이엔폴리, 이노백 등이 있다. 부산은 공공기관과 창업 지원기관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과 각종 창업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회수 시장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
정부는 ‘5극3특 성장엔진 중심 국토대전환’을 추진 중이다. 대전과 광주, 대구, 울산 등 4대 과학기술원을 창업 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다. 2조원 규모 지역성장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스타트업 파크와 엔젤 투자 허브도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창업을 위한 휴직과 휴학의 경우 규제도 완화한다.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마지막 과제는 회수시장이다. 한국경제신문이 2021년 이후 코스닥 상장사 466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수도권 기업은 352곳이었다.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충청권은 59곳, 경상권은 41곳이었다. 전라권은 8곳에 그쳤다. 강원권은 5곳, 제주권은 1곳뿐이었다.
VC 업계는 지역 벤처생태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후속 투자와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까지 ‘전(全) 주기 회수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방 기업은 후속 투자와 회수 기회가 더욱 제한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성장펀드가 지역 투자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투자 확대와 함께 회수시장 활성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남준우/최석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