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속도를 내는 정치권과 달리 현장의 책임 주체인 기초단체장들의 역할과 책임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역 차원의 구상과 정치 일정만 앞세운 채, 통합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시,군 단위의 의견 수렴과 책임 있는 판단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전시와 충청남도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 최종 추진을 공식 선언하고 민간협의체를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통합의 법적 근거가 될 특별법안도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는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왔다. 그러다 이달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 필요성을 언급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자치단체장 선출을 제안하면서 논의는 급격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행정통합의 핵심 명분은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의 지방 이양이다. 통합이 성사될 경우 인구 약 360만명 규모로, 경기,서울에 이어 전국 세번째의 초대형 광역자치단체가 탄생한다. 문제는 이 거대한 변화의 효과와 부담이 실제로는 각 시,군, 즉 군수와 시장이 책임져야 할 행정,재정,생활 영역에 직결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현재 논의 구조는 광역단체장과 중앙 정치권 중심으로 짜여 있다. 행정안전부는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각 부처에 특례 제공 협조를 요청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충청발전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실현 가능한 최대치의 특례를 특별법에 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기초단체장들이 통합 이후 행정 체계 변화, 재정 배분, 주민 서비스 축소,확대에 대해 어떤 책임 있는 입장을 갖고 있는지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가 졸속 추진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론화 기간이 짧고, 주민 설명과 동의 절차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군수와 시장들이 통합의 득실을 주민 앞에 설명하고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통합은 선언이 아니라 집행의 문제이며, 집행의 최전선에는 결국 기초자치단체장이 서게 된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와 관련해 “통합의 핵심 가치와 방향이 대통령 공약과 국정 기조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선언에 그치지 않고 예산과 제도, 법률로 실제 구현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행정통합이 정치적 구호나 형식적 논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과 실질적인 특례 확보를 통해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미 제출된 법안을 수정,보완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하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광역단체 차원의 입장 표명에 그칠 뿐, 각 시,군 단위에서 통합에 대한 공식 입장이나 책임 있는 결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윗선의 정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과 관련해 “그동안 충분한 공론화와 제도적 준비 없이 시간만 허비해 온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만큼, 제한된 시간 안에서라도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안 마련과 제도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행정통합 논의가 정치적 공방이나 형식적 절차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며, 이미 제출된 법안을 토대로 보완,수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행정통합 논의는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리며 정치적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통합자치단체장 선출은 물론 교육감 선거 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럴수록 군수와 시장은 관망자가 아니라 책임 있는 당사자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속도감 있는 입법 못지않게, 주민 동의 절차와 기초단체장의 명확한 책임 선언이 통합 논의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고 진단한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또 하나의 정치적 구호로 끝날지, 아니면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실질적 전환점이 될지는 이제 각 시,군 단체장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